혜민 스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계의 장>

2020. 4. 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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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을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알고 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p.63  '관계의 장'

나를 낮추면 세상이 나를 높여주고
나를 높이면 세상이 나를 낮춥니다.
깨달음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 정상이 낮아지면서
원래부터가 내 이웃과 똑같은 눈높이였다는 것을.
-p.65  '관계의 장'

누군가와 자꾸 부딪치면,
아마도 그 부딪치는 부분을
세상이라는 학교가 나에게 좀 닦으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를 싫어하면 왜 싫어하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내 안에도 그와 비슷한 허물이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p.65  '관계의 장'

다른 사람의 결점이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안에도 똑같은 결점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의 결점이 딱 보이는 건,
그리고 그의 결점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는 건,
내 안에도 똑같은 결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p.66  '관계의 장'

사실,
어떤 사람이 원래부터 나쁘거나 좋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그 사람과 나와의 인연이 나쁘거나 좋거나 할 뿐입니다.
악한 사람도 나를 구해주는 은인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선한 사람도 길을 가다 내 어깨를 치고 가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p.66  '관계의 장'

배우자, 자녀, 친구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면 할수록
관계는 틀어지고 나로부터 도망가려고 할 것입니다.
사람은 큰 고통, 큰 사건 이후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한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p.68  '관계의 장'

사람들을 쉽게 쉽게 무시하는 사람은 
사실
본인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런 언행을 하는 것입니다.
-p.70  '관계의 장'

당신이 왜 그 친구 말을 못 믿는 줄 아세요?
당신이 그 친구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 역시 그 친구와 비슷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많은 것은 사실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p.70  '관계의 장'

우리의 가장 큰 스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배움이에요.
깨달았다고 해도,
관계 속에 불편함이 남아 있다면
아직 그 깨달음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p.73  '관계의 장'

눈에 보이는 외적 조건에 투자를 하고 가꾸어 가듯, 인간관계라는 행복의 필수 조건을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왕삼매경에도 '남이 내 뜻에 따라 순종해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 뜻대로 되면 스스로 교만해지기 쉬우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가르치는 스승들이라고 여기며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p.81  '관계의 장'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금 힘든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되면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이 말은 조선 초 맹사성에게 한 고승이 준 가르침입니다.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에 오른, 뛰어난 학식의 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살면서 나를 어렵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실 많은 경우 내가 나를 낮추면 어렵지 않게 일이 해결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지려 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자존심 대결을 벌입니다. 나를 좀 낮추면 금방 해결되는 일에도 그렇게 다투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마음 고생, 몸 고생,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p.80  '관계의 장'

항상 옳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도 별 감흠이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 옳은 이야기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교감을 위해서는 
자신의 깊고 연약한 부분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p.84  '관계의 장'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에 대해 쓰셨어요.
그 방법이 무척 지혜롭습니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 한것이 없다.
내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재물이
받은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변치 않는 보석이 된다."
-p.93  '관계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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